돌로미테 여행기 #3. 로카텔리 산장의 별 헤는 밤 Ⅰ

Author : jingoworld / Date : 2014.08.19 18:07 / Category : JIN/여행과 사진

2014년 7월 5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코르티나 담페초 > 드라이친넨 호텔 > 로카텔리 산장

  폭우가 온다는 소식에 짐이 배낭 한가득이었다. 출발 할 때만 하더라도 찌뿌둥하던 하늘이 기껏 우비 챙겨 입고 트레킹을 시작하니 게이기 시작했다. 물론 날씨가 좋아져 다행인데 이놈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괘씸하기만했다. 드라이친넨 호텔에서 로카텔리 산장까지 거리 10km, 고도 900m를 올라야 하기에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트레킹을 포기한 일행 중 일부는 오론조 산장까지 차를 타고 이동해 로카텔리 산장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예정이었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우리가 가야 할 골짜기 방향을 가리키며 저쪽에 우리의 목적지가 있다고 일행에게 알려드렸다. 힘찬 파이팅과 함께 출발한 우리는 얼마 못가 다들 멈춰 섰다. 아까도 말했지만 비가 오다 말아서 비옷 때문에 더웠다. 시작하자마자 더워서 헉헉대는 꼴이라니.

  역시나 초입부는 만만했다. 오른쪽에는 노메랄드(?)색 개울물이 흐르고, 길은 잘 닦여있었다. 개울물 색이 이상했다. 에메랄드 색이어야 하는데, 누리끼리한 색이 섞여서 애매했다. 원래 색이 이랬었나 긴가민가했다. 에메랄드 색 개울물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실컷 떠들어댔던 나는 조용히 걸으며 어서 개울물이 사라지기만을 속으로 빌었다.


개울물을 따라 오르는 길. 물은 얼음장처럼 차다.


  오르는 길 내내 사방이 큰 봉우리로 막혀 답답했다. 정면에는 우리가 올라야할 거대한 벽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고, 잠시 후에 우리는 그 장벽을 지그재그로 오르고 있을 터였다. 장벽만 오르면 사방이 트인 멋진 전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힘든 경사로를 올라야 하니 기운을 내고자 잠시 쉬며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일행들이 개울가에 자리 잡고 앉아 김주호 대리님과 내가 새벽부터 열심히 준비한 홈 메이드 스페셜 샌드위치를 맛있게 잡수시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김주호 대리는 그 옆에서 본인이 만든 샌드위치는 햄이 하나뿐이라 내가 만든 햄이 두 개 들어간 샌드위치보다 맛없을 거라고 친절히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포도가 제일 맛있다고 하셨다. 하긴 나도 그랬다.


아직은 평탄하고 쉬운 오르막 길

  식사를 하다 보니 살짝 남아있던 구름마저 걷히고 해가 대지를 달구기 시작했다. 배도 채웠겠다 충전을 마친 우리는 힘찬 파이팅을 외치며(아까 외쳤었나?)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덧 우리가 지나온 길이 저 아래 협곡 사이로 아스라히 조그맣게 보였다. 우리를 지나쳐 간 외국인 청년은 저 멀리 점이 되어 간신히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올라야 할 길은 끝이 보이지 않고 파란 하늘만이 우리의 목적지인 마냥 길 끝에 서있었다. 어느 순간 부턴가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의 봉우리들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더니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낼 채비를 하는듯했다. 우리가 오르는 각도에서는 치마 피콜로(Cima Piccola: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 중 하나. '작은 봉우리'라는 뜻)가 마치 두 개의 봉우리로 나뉜듯 보였다. 하지만 끝 부분이 갈라져 있을 뿐, 뿌리는 하나로 되어 있다. 되려 치마 오베스트(Cima Ovest: '서쪽의 봉우리'라는 뜻)의 옆에 자리한 봉우리 하나가 트레치메에 속하지 않는다. 사소 디 란드로(Sasso di Landro: '란드로의 돌'이라는 뜻)라는 이름이 붙은 봉우리인데 트레치메의 다른 봉우리들처럼 우뚝 솟은 모양새가 아니라 아쉽게도 이 대열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만약 이 봉우리까지 합쳤으면 꽈트로 디 라바레도로 이름지었을 것이다. 누가 이름 지었는지 모르겠으나 참 귀찮았었나 보다.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의 치마 그란데, 치마 피콜라, 치마 오베스트. 이태리어로 들으면 그럴듯하나, 해석해보면 큰 봉우리, 작은 봉우리, 서쪽 봉우리 합쳐서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가 된다.\

  끝이 안 보이던 길이 끝나는 순간 돌로미테의 상징과도 같은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가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밑으로 초록 잔디밭과 노오란 알록달록 야생화가 어우러진 구릉이 넓게 이어져 우리가 서있는 장벽 위까지 긴 고원을 이루고 있었다. 아까 봤던 누런 개울물은 이 장벽 위의 작은 냇물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내내 막혀있던 시야가 뻥 뚫리며 이런 절경이 나타났으니 어찌 쉬었다 가지 않을 수 있으랴. 우린 힘들어서 멈춘 게 아니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싶어 가만히 바위에 걸터앉아 그 순간을 음미했다. 한 손으론 열심히 다리 주무르며. (다음 편에 계속)


올라오자마자 벌어진 자리 쟁탈전


야생화가 어우러진 돌로미테의 트레킹 코스


여유로운 한 때


돌로미테의 상징,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


저 멀리 우리가 올라온 협곡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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