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테 여행기 #4. 로카텔리 산장의 별 헤는 밤 Ⅱ

Author : jingoworld / Date : 2015.02.04 01:13 / Category : JIN/여행과 사진

2014년 7월 5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코르티나 담페초 > 드라이친넨 호텔 > 로카텔리 산장

  로카텔리 산장은 돌로미테의 산장 중에서도 꽤나 유명하다. 돌로미테의 상징과도 같은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의 모습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산장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일출과 일몰 때 햇빛에 반사되는 거대한 침봉의 신비로운 색의 변화는 정말이지 경이롭고 장관이다. 밤새 은회색 빛으로 어둠 속에서도 그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던 침봉들은 해가 서서히 뜸에 따라 그 몸뚱아리가 뻘겋게 타오른다. 해가 어느 정도 떠오르게 되면 그 몸도 다 익은 듯이 누렇게 변했다가 조금씩 핏기가 빠진 채 하얀 거죽만 남겨 놓는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이 장관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라고 로카텔리 산장의 운영자인 Hugo가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 친구와는 매번 올때마다 친한 척 인사를 하지만 이건 철저히 상업적인 관계로 유지되는 관계다. 안부 인사랑 돈 얘기 외에는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여름과 겨울 시즌에만 잠깐씩 와서 일을 하는 파트 타이머 직원들과 더 친하다. 재작년까지 Aya라는 일본인 여성이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일행을 일본인으로 알고 와서 말을 걸었던 게 인연이 됐다. 슬로바키아에서 온 멋쟁이 Martin은 매 년 볼 때마다 헤어 스타일이 바뀐다.(올해 머리는 별로) 이 친구들에게 몇 번 라면과 한국 음식을 선물로 준 일이 있다. 맛있게 먹었다고는 하는데 먹는 걸 봤어야 말이지. 생각해보니 이 친구들은 뇌물로 유지되는 관계인가.


로카테리 산장 Martin라면 맛있쪙로카텔리 산장 Hugo돈 계산 하느라 바쁘다


  뇌물로 친해진 친구들을 곧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잠겨 길을 걷던 중, 누군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선발대로 먼저 보내드린 분들이었다. 로카텔리 산장은 끝까지 모습을 안보이다가 마지막 이정표가 보이고, 한 고개를 더 올라가야지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먼저 간 분들이 교차로를 만나 나에게 길을 물어보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어느 쪼그로오 가요오오오?"
  나: "금방 갑니다아아, 기다리세요오"

  "네에엥? 어디이?"
  나: "거기서 기다리세요오, 가치이 가요오"

  "아라써요오. 먼저 갈께요오!"
  나: "?"

  그 분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는 곳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고, 미리 어디로 가면 된다 알려드렸기에 잘 가고 계실터였다. 앞으로 산장까지 약 30분 정도 거리였기에 뒤쳐진 일행 분들을 챙겨서 느긋이 가던 중이였다. 사진도 찍으시고, 경치 구경도 하시며 제대로 힐링 중이었다. 덕분에 나도 한껏 풍광에 취해 여유로이 로카텔리 산장까지 갈 수 있었다.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로카텔리 산장 올라가며 찍은 트레치메와 맑은 하늘



  하지만 호사도 잠시, 먼저 와서 기다리던 이홍식 교수님이 긴급 상황을 내게 알려주었다. 차를 타고 오론조 산장까지 가던 분들 중 한 분이 산장 도착 후 얼마 안있어 천식 증세가 재발해 어서 산을 내려가야 될 상황이었다. 그 분은 오론조 산장에서 기다리는 중이고, 나는 이제 막 로카텔리 산장에 도착한 상황이었다. 보통 로카텔리 산장에서 오론조 산장까지 걸어서 1시간 30분이 걸린다. 나는 짐을 다 풀고 바로 오론조 산장까지 뛰어갔다. 40분만에 도착해 그 분을 찾아 뵙고 증상을 확인해보니 다행히도 크게 심각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나도 천식을 어려서부터 군대 있을 때까지 앓았기 때문에 증상과 대처법을 알고 있었다. 곧 있어 로카텔리 산장에서 출발 전에 미리 불러놓은 택시가 도착했고, 곧 이어 짐을 모두 다 짊어진 김주호 대리님이 산장에 도착했다. 이 분들을 모시고 오늘 하루 코르티나 담페초 시내에서 같이 묵는 걸로 아까 교수님과 의논을 한 터였다. 결국 김주호 대리님은 일출, 일볼 사진을 찍으려고 들고온 무거운 사진기와 여러가지 무거운 장비들을 오로지 자신의 체력 단련에 쓰게 된 상황이었다.

  우리는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다음 날 만날 예정) 택시는 코르티나를 향해 떠나갔다. 그렇게 혼자 남게 된 나는 곧 해가 질 상황이라 서둘러 로카텔리 산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순간 나는 비아 페라타 코스로 가면 시간이 덜 걸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무모한 생각이 나를 거의 죽음으로 몰아 넣을 거라는 걸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시무시한 비아 페라타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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