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에 대한 단상」

Author : jingoworld / Date : 2014.08.18 13:46 / Category : JIN/펜과 노트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단순하게 산다 해도 삼겹살 먹으며 '맛있쪙' 이 정도의 생각은 하고 살기 마련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살고 있다면 속세의 사람이 아니거나 해탈의 경지에 이른 성인일지도. 

 어느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그 순간에는 그 생각이 너무 뻔하고 당연하게 여겨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기 일쑤다. 나중에 다시 생각나겠거니 하고 넘겨 버리곤 한다. 

 그런데 나중 되면 생각 안 난다.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심지어 뭐에 대해 생각했는지조차 모른다. 그저 막연히 내가 무언가를 생각했다는 느낌만 든다. 머릿속에 가벼운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나는 이런 경우가 흔하다. 특히 샤워를 하거나 변을 볼 때, 별에 별 생각이 다 난다. 그중에는 분명 쓸만한 아이디어나 기록해둘만한 것들이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물 내린 변기통의 변 마냥 거기에 남아 있질 않다. 

 그래서 메모를 한다. 쓸데없는 것까지 다 적는다.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 적는다는 거창한 생각도 가끔 하지만, 대부분 안 본다. 그런데 이게 필요할 때가 있다.  

 "어, 그거 뭐였지, 아씨 그거 있었는데 그거." 

 이러면서 메모를 뒤적 거리기 시작한다. 정리 안된 메모 속에서 드디어 찾아낸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메모를 할 때 분류를 한다. 카테고리를 지정해주거나, 태그를 건다. 오래 하다 보니 나만의 방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메모하는지 궁금해진다. 메모 고수의 방법을 따라 해본다. 이런 식으로 메모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수첩과 펜 한 자루. 나는 오늘도 메모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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